근래 건축계의 주요 이슈는 건축구조 도면의 작성주체를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전담하도록 하는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 일부 개정안'이 이슈다. 23년에 발생한 검단신도시 건설현장 붕괴사고의 원인이 된 LH아파트 철근누락사태와 관련하여 건축구조기술사회의 의견이 반영되어 법개정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건축사사무소가 중심이 되어 건축구조사무실에서 구조계산한 구조계산서를 바탕으로 구조도면을 그렸는데 그 책임과 권한을 건축구조사무소로 옮겨서 건축구조사무소가 도면작성을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얼핏보면 단순히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물론 많은 부분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겠지만 설계 실무를 나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는 나의 의견을 적어 보고자 한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건축구조사무소에서 구조도면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때는 발주처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전에 12년 간의 건축설계 업무 중에는 단 한건도 구조설계사무소가 도면을 그린 적이 없었다.
위와 같은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본 작성기준 개정과 건축설계 업무와 관련된 내 생각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건축구조의 디자인의 선정 주체는 누가되는가?
- 설계도서 작성기준 개정안에서는 구조분야도서는 구조기술사가 책임하에 작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구조의 디자인은 건축사가 정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물의 기둥간의 간격을 9m 로 할지 10m 로 할지 정하는 자는 누구일까?
또한 디자인와 관련되어 구조를 노출하고자 철골조나 RC조, 또는 기타 철골 구조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
하는 자는 건축사일까 구조기술사일까?
구조기술사가 구조적 효율성을 이유로 디자인화 된 구조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기둥이나 내력벽의 위치는 건물의 효능과 사용기능에 따라 정해지므로 이 부분은 건축사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그에 맞추어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정해진 기준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계산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와 관련되어 구조를 노출하고자 철골조나 RC조로 구조를 디자인 하면 역시 구조기술사는 그에 맞추어 구조계산을 하여준다.
즉 이번 개정안의 변경으로도 건축구조기술사가 건물의 기둥위치를 바꾸고 디자인과 관련된 구조의 재질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구조계산서의 내용을 도면에 옮겨 그리는 구조도면만 남는다.
2. 기존의 LH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은 구조기술사가 구조도면을 그리지 않아 발생한 문제인가?
-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구조도면을 건축구조기술사가 책임지고 작성하면 철근누락이나 붕괴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23년 7월에 국토부가 발표한 아래 자료를 보자(출처: 파이낸셜 뉴스 '23년 7월 31일 자)
위의 표에서 구조도면은 모두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성했다는 가정하에 위의 이미지대로 누락원인을 따져본다면 구조계산오류나 누락(건축구조사무소) : 7건 도면표현누락(건축사사무소) : 3건 다른층 도면으로 배근, 단순누락(시공,감리): 5건 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 자료로 모든 것을 다 판단할 수 없겠지만 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 주장하는 LH아파트 철근누락 사건의 대응책이 건축구조도면의 건축구조기술사 작성이 정답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3. 건축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가 혹은 구조검토를 하는 사람들이 그릴까?
구조도면작성을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맡기면 도면에 책임감을 가지고 도면을 작성하게 되어 더 높은 품질의 구조도면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구조기술사가 모든 구조도면을 그리지는 않을 것은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1인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소규모 아틀리에 조차도 대표건축사가 모든 도면을 그리지는 않는다. 하물며 수시로 구조검토를 해주어야 하는 구조기술사가 구조실시도면을 그리고 있다?
별도의 알바나 도면드래프터를 고용하여 진행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들이 건축사사무소에서 도면을 그리는 직원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전문성이 있게 될지 의문이다.
4. 건축구조기술사가 부족하니 건축구조기사 자격증신설?
정부에서는 위3항과 관련하여 건축구조기사라는 자격증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건축구조기사가 구조도면을 그리고 구조 검토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증가하겠다는 것인데 이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본다. 그러면 건축사가 되기 전 전문성을 위해 건축설계기사 자격증도 신설하고 건축시공기술사가 되기전 시공전문가를 만들기 위해 건축시공기사 자격증을 만든단 말인가?
우리는 이미 이러한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건축기사가 그것이다. 건축기사는 4~5년제 건축을 전공한 대학생 졸업예정자 이상이 보는 시험으로 그 시험에 이미 건축구조, 계획, 시공, 법규 등 전 분야를 망라한 시험을 보는 국가시험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건축구조기사를 다시 만든다는 것인가? 차라리 구조기술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5. 마무리하며 - 건축구조기사는 만들지 맙시다.
어차피 구조디자인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면 구조실시도면을 구조사무실에서 그리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정말로 취지대로 구조기술사가 도면을 직접 그리거나 구조전문가들이 구조계산서의 내용을 옮겨 그린다면 그리다가 오류를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 당장은 업무 이관에 따른 건축사 사무소나 구조사무소의 사무실별 매출액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정착되면 안정화 되리라본다. 하지만 건축구조기사는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정말로 준비안된 궁여지책 제도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냥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던 없던 구조에 관심있는 건축과 졸업생을 고용하여 업무를 전수하면서 도면을 그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구조 실시도면을 누가 그리던 간에 시간이 지나면 상세도면 작업은 점점 더 AI에 대체되는 시대가 올것이다. 지금 당장의 업무 분장보다는 그러한 시대를 대비하는 건축사협회나 구조기술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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